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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를 무려 12년동안 촬영했단다.

이 얘길 들으니 정말 엄청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감동도 없다.

그렇다고 흥미를 끄는 내용도 없다.

그러나 잔잔하면서 뭔가 가슴을 울리는 여운이 남는 영화다.

지나간 기억속에 아픔과 슬픔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기쁨과 사랑은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던 나의 시간들..

그렇게 성장통을 겪으며 물흘러가듯 흘러가버린 내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영화배우를 넘어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자신의 성장과정을 떠올릴 것이다.

"난 그냥 뭐가 더 있는 줄 알았어"

영화 후반부의 소년의 엄마가 했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어쩌면 요즘들어 내가 느끼는 삶의 피로도 때문인지 더 격하게 공감이 갔는지도 모른다.

자식들을 다 독립시키고 중년의 나이가 되어버린 엄마이자 한 여자로서 인생의 허무함을 탄식하듯이 뱉어내던 말..

누구나 나는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기대감으로 살아간다.

아니 내 인생은 특별해질거란 기대감으로 살아간다.

지금 이곳에 만족을 못하고 미래를 기대하는 삶은 우리를 공허하게 만든다.

내 어린시절 품었던 뜨거운 열정과 가슴뛰던 그때 그 시간들을 마음에 담아놓고 그렇게 공허함만을 가지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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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골치 아팠던게 숙박문제였다.
물론 넉넉한 돈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이런 걱정을 안하겠지만 최소비용으로 편리함과 쾌적함을 동시에 갖춘 곳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로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이 머무는 곳으로는 유스호스텔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은 유스호스텔이 워낙 잘 발달되 있고 저렴하고 대부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있다.
물론 마음편한 한인민박도 많이들 이용하지만 외국 친구들도 사귈 수 있고 무엇보다 깔끔하고 편리함 때문에 나는 호스텔을 선호했다.
도미토리룸이라고 해서 2층 침대가 3~4개 정도 있는 6~8인실이 대체로 가격이 저렴하다.
문제는 이 도미토리룸에는 Female only와 Mix room이 있다는 것.
유스호스텔에 따라 여성전용룸이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도 있다.
믹스 룸을 예약하면 껄끄럽고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나는 호주에 있을때나 유럽에서 지낼때 그런 일은 없었지만 남녀간의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단다.(함께 쓰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여럿이 함께 쓰는 공간에서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서양에선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는 것이 나쁜일이 아니므로 아주 자연스러운 일임과 동시에 공공연하게(?) 이루어 진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여성전용룸이 없어 믹스룸을 많이 예약 했었지만 진짜 생판 모르는 남자와 함께 방을 쓰는 일은 단 한번 밖에 없었다.

대부분 리셉션에서 믹스룸 예약이라 해도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센스있게 방배정을 해주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 한 것과 같이 바로 그 단 한번이 독일에서 발생 되었다.
밤늦게 뮌헨역에 도착해 우여곡절끝에 호스텔을 발견하고 키를 받고 방문을 여는 순간!! OMG!!!
코 고는 소리가 심상지 않다 싶더니 X염색체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그때부터 오만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거의 뜬눈으로 밤을 셌다.
다음날 헬로우! 하며 반갑게 인사하던 사람은 인상좋게 생긴 독일인 할아버지였고 뮌헨에서 2박을 이 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밌게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생판 모르는 남자와 한방을 쓰는 것은 나에겐 문화적 충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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