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춥단 말이야!”
“아~ 선~생~님~ 잔디밭 가자요? 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한창인 요즘, 점심을 먹고 난 뒤 아이들과 내가 거의 매일 벌이는 실랑이다. YMCA를 다녔던 친구들, 또 처음 YMCA를 다닌 친구들도 이제는 YMCA에 조금은 적응이 됐는지 오늘은 산에 가자며, 오늘은 잔디밭에 가자며 졸라댄다.


“얘들아 꽃이랑 나뭇가지 꺾으면 되나 안 되나?”
“안 돼요~”
“그래 꽃이랑 나무도 우리처럼 숨 쉬고 있어서 꺾으면 아프다이가..꺾으면 안 된다. 알겠제?”
활짝 핀 꽃들이 아이들 눈에도 참 예쁜지 한참을 꺾고 싶어 하다가 떨어진 동백, 벚꽃, 목련의 꽃잎을 주워 고사리 같은 손에 꼬옥 쥐고 우리반으로 들고 들어 오곤 한다.
우리는 장난감이 없기 때문에(처음엔 너무 신기했다) 산이나 잔디밭으로 놀러 갔을때 아이들 스스로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장난감과 놀이를 만들 줄 안다. 잔디밭에 굴러보기, 돌멩이·나뭇잎 등을 주워 소꿉놀이 하기, 나뭇가지로 땅을 파기 놀이, 밤·도토리 줍기, 죽은 지렁이 관찰하기 등등 모든게 아이들 장난감이고 놀이터가 된다. 특히 요즘 처럼 봄이나 가을에는 너무 덥거나 또 너무 춥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된다.

“선생님 입에서 봄 냄새가 나요”
목련 차를 마신 뒤 한 아이가 한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어떻게 그런 표현력을 가질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올때가 많다. 아이들과 목련 잎을 주워 차 명상을 하고, 쑥을 캐서 쑥버무리를 해먹고, 예쁜 꽃으로 화전도 부쳐 먹고 산으로 잔디밭으로 온종일 뛰어다니다 보니 봄이 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봄이 오니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더 커진 것 같다.


* 아기스포츠단에서 발행한 '웃음소리'에 실었던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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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은 무슨 날일까요?
아마 스승의 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 YMCA유치원에서는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 아닙니다.
우리 YMCA유치원에서는 2월 15일이 스승의 날 이지요.

'왜 2월 15일이 스승의 날일까?'
저도 Y유치원에 들어오기 전 까지는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고 선생님들을 위한 파티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YMCA유치원은 2월 12일날이 스승의 날인 것일까? 3월에 새학기를 시작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5월은 학기초입니다. 학기초이니 만큼 아이들과 선생님간의 친밀도가 부족하고 또 친밀도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가 선생님에 대해 고마움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 잘 부탁한다'라는 식의 과도한 촌지가 오갈 수 있는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지요.
이러한 이유 등으로 우리 유치원에서는 학기가 끝나는 2월 15일이 스승의 날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스승의 날
스승의 날 1~2주 전부터 담임 선생님들 끼리 반을 바꿔 교환수업을 합니다.
반을 바꿔서 우리 선생님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해보고 1년동안 선생님과 지내면서 고마웠던 점, 감사했던 점, 재미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봅니다. 또 우리반 선생님을 위해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의논을 하고 또 선생님을 위해 불러드릴 노래를 개사하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힘을 합쳐 만든 스승의 날 선물

스승의 날 전까지 지켜야 할 비밀
스승의 날 전까지는 각반 친구들의 비밀 작전이 진행됩니다.
담임 선생님께 드릴 선물과 노래를 비밀에 부치는 것이죠.
저는 너무 궁금해서 우리반 아이들에게 "조금만 가르쳐줘"라고 이야기 했더니 스승의 날 전까지는 절대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비밀작전도 연령이 높아 질 수록 보안이 더 철저합니다.

이렇게 아이들도 또 선생님들도 기다려 지는 스승의 날이 되면 아이들은 곱게 한복을 입고 등원하여 스승의 날 파티를 맞이합니다. 드디어 비밀이 풀리게 되지요^^
아이들의 손으로 '한땀 한땀'만든 예쁜 선물들과 노래 선물을 받은 이날 하루동안은 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스승의 날때의 벅찬 마음을 글로 다 표현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우리 사랑하는 선생님 우리 사랑하는 심소영 선생님
인라인 태워 줬어요 바깥놀이도 나갔어요
처음엔 잘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아
선생님의 마음이 담긴 그 소중한 마음을
정휘정 김태희 강민주 이종렬 김모세 박형준 김은현 전영찬 손한영 김도연
김려현 유지나 김민경 조다빈 송태한 박성현 김정훈
(아이들이 스승의 날 때 밥상노래를 개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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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주 : 선생님, 제일 처음 태어난 사람은 누가 낳았어요?
우리 엄마는요... 곰이 사람을 제일 처음 낳았데요.
나 : 뭐? 글쎄...
쌤은 원숭이가 낳은 것 같은데, 잘모르겠다...
민주는 어떻게 생각해?
강민주 : 나도 원숭이가 낳은 것 같아요.
선생님 : 하하~ 어렵다!




(샛별차안)
박지원 : 쌤~ 합(?) 접어 주세요.
나 : 합? 학이겠지.
박지원 : 아~ 학 접어 주세요.
나 : 내가 학 접어주면 니는 내한테 뭐 해줄껀데?
박지원 : 쌤,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해요?
선생님 : 그래, 미안하다... 근데 지원이도 말 예쁘게 하자ㅠㅠ




(명상시간)
박성현 : (눈을 뜨더니) 선생님! 아무리 해도 마음의 소리가 안들려요!
나 : 눈감고 음악 소리에 귀 기울이면 들린다.
박성현 : (다시 눈 감는다)
            아니 근데요, 애들 떠드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안들려요.
나 : 사실... 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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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치원 앞 정원에는 국화꽃 장미꽃 등 예쁜 꽃나무도 많지만 포도나무, 돌배나무, 감나무도 있습니다. 하루는 아이들과 유치원 앞 놀이터에서 바깥놀이를 나왔다 떫감이라 쳐다도 안보던 감나무에 감이 눈에 들어왔어요.

갑자기 ‘곶감 만들어 우리 아이들이랑 나눠 먹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옆반 선생님도 함께 계셨지요. 둘의 눈빛이 뻔쩍이며 텔레파시가 통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멋지게 감따기

옆반 선생님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감들을 땄습니다.
사다리 위에서 용감하게 감따는 제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선생님 힘내라~ 힘내라~" 열심히 응원해 주었지요.




까치밥으로 남겨 논 4개 빼고는 모조리 따서 껍질을 벗겼습니다. 껍질 깎으며 혹시나 단감이 아닐까 싶어서 맛보았더니 역시 요 근래 보기 힘든 떫감이더군요.퉤퉤~

아무튼 예쁘게 껍질을 깎은 감들을 소쿠리에 올려 햇빛을 쐬게 했습니다.
이제 열심히 햇빛이 말려주면 우리 아이들과 나눠 먹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찰나~

“곶감에 꼭지를 왜 깎았노? 곶감에 꼭지 안달려있는거 봤나??” 

아빠 선생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우리 유치원에서는 원장님을 아빠 선생님이라고 부른답니다.) 헉!!! 그러고 보니 저도 25년동안 살면서 곶감에 꼭지 안달려 있는 것은 못봤습니다.

알고 봤더니 곶감에 꼭지가 달려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곶감에 꼭지가 없으면 곰팡이가 잘 핀다고 합니다. 아무튼 곰팡이가 잘 핀다니까 더 정성을 쏟아 아침, 저녁으로 뒤집어 줬습니다.




다행입니다. 곶감 참 이쁘게 말랐죠??

원래 40일 지나서 먹어야 한뎄는데...
2주째에 참지 못하고 우리 선생님들과 제 입속으로, 또 우리 아이들 입속으로 들어가 버렸네요.



말랑말랑 곶감이랑 홍시랑 섞은 맛입니다.

아이들 너무 좋아해서, 자매품으로 키위, 사과, 고구마도 말려봅니다^^

들어간 첨가물이라곤 햇빛, 바람, 시간 밖에 없는 곶감 덕분에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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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바가 다쳤어요. ☆

승주 : 선생님! 나 오늘 YMCA 차 타기 전에 언덕에서 엎어졌어요.

선생님 : 에고, 승주야 괜찮나? 안 다쳤나?

승주 : (무릎 보여주면서) 요기요~

선생님 : 조금 까졌네.. 다행이다 조금만 다쳐서.. 괜찮제?

승주 : 선생님 나는 괜찮은데요... 잠바가 다쳤어요.


☆ 선생님 우리 엄마예요? ☆

(청년관에서 놀던 지원이가 갑자기 달려오며)

지원 : 선생님 근데 이제 우리 엄마가?

선생님 : 엥? 지원아 그게 무슨 말이야?

지원 : 선생님 우리 엄마가?

선생님 : 아~아~~ 그래 선생님 이제 우리 줄기반 엄마다^^


☆ 아디오니는 돈 먹는다! ☆

(점심시간, 기도와 밥가를 부르고 난 뒤...)

선생님 : 친구야 무슨 반찬 좋아하니? 아디오니도 많이 먹어라~

(양 공동체)

지현 : 아디오니도 지금 밥먹나?

선생님 : 그럼 아디오니도 지금 밥 먹고 있겠지.

신영 : 근데 아디오니도 밥 먹나?

지현 : 아디오니도 밥 먹는 다이가.

동현 : 아니다~ 아디오니는 돈 먹는다!


☆ 친구는 소중해요 ☆

(이야기 나누기 시간, 각자 공동체에 앉아)

선생님 : 줄기반, 화난다고 친구들 때리면 되요 안되요?

줄기반 : 안되요~

선생님 : 화난다고 친구들 밀면 되요 안되요?

줄기반 : 안되요~

선생님 : 줄기반, 선생님이 저번에 한 얘기 기억나요?

         자기 자신은 소중하다고 했지요?

창모 : 아 그러니깐 친구는 소중하다고요!!!

선생님 : 아..... 그래 맞다 창모야ㅠ.ㅠ

         그말할라고...


마주이야기는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눈높이 대화법 입니다.
아이들은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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