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제주 여행의 목적이라 할 수 있었던 한라산을 다녀왔다.
12시 30분안에 진달래 대피소까지 도착해야 한다기에 새벽부터 서둘렀다.
벌써 유채꽃이 피고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제주도 내륙과는 달리 성판악코스로 가는 길은 꽤 쌀쌀했다.
성판악 휴게소 앞에 도착 했을 때, 눈 쌓인 한라산과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오늘 산행이 쉽지 않으리라 짐작을 했다.
새벽부터 많은 등산객들이 입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젠과 비옷을 꼭 챙겨가라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나도 한라산에 첫발을 딛었다.




눈밭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을 보며 '이 발자국들의 주인은 누굴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크고 작은 발자국이 많이 있었다.
3월의 눈덮힌 한라산은 보이는 곳곳이 그림이 되었고, 하얀 순백의 도화지 위를 걷는 듣한 기분이 들었다.
진달래 대피소와 점점 가까워 질수록 기온은 내려갔고 눈발은 더 세졌다.
'휴... 오늘 백록담 볼 수 있을까?'
3시간 30분만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별미인 '컵라면'을 드시고 계셨다.
우리도 컵라면 한그릇을 비우고 다시 백록담을 향해 나섰다.




영하 7도...
가만히 서있으면 온몸이 꽁꽁 얼어버리는 듯 했다.
머리에는 수증기가 얼면서 고드름(?)이 맺혔고 칼바람에 얼굴은 아렸다.
그래도 명색이 여잔데 이런 몰골을 하고 한라산에서 사진을 찍다니...
사진을 보고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상황은 몰골을 생각 할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튼 또 그렇게 1시간 넘게 걷고 또 걸어 백록담에 도착했지만 안개와 구름때문에 백록담을 볼 수는 없었다. 이럴수가...
바람때문에 걸을때 마다 휘청휘청~
산에 오르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긴 또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휴대폰이며 카메라는 추위 때문인지 베터리 방전...
너무 아쉽고 또 아쉬웠지만 바람에 날려가는 것보단 내려가는게 더 낳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백록담을 뒤로한채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산을 올랐을 때, 기쁨과 희열을 느낄때는 정상에 올랐을때와 다시 산 입구에 내려왔을 때 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던 하산길도 내 머리와는 상관없이 자동으로 다리가 움직일때 쯤 끝을 보였다.

이번 한라산 등반에 왕복 총 7시간이 걸렸다.
'아이젠 꼭 필요할까?'하며 챙겨갔는데 안챙겨갔으면 정말 큰일날 뻔 했다.
3월 한라산 등반시엔 꼭 아이젠을 챙겨가시길...
비록 백록담은 못봤지만 3월 제주의 한라산을, 그리고 눈덮힌 아름다운 한라산을 등산 할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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