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앞에선 찬물도 못마신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로선 정말 공감되는 말이다.
나를 비롯한 어른들의 행동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 듯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아이들 앞에서는 행동 하나하나 신경 써야지 하면서도 망각하게 되고 또 돌아서서 자책하며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 무섭다고 한다.
뉴스나 라디오에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귀를 귀울이게 되는데, 솔직히 혀가 끌끌 차이게 되기도 한다. '부모가 누구야?', '뉘집 자식인지... '하며 툭하고 나도모르게 튀어나오는 말한마디.
하루에도 몇번식 돌아서서 내 행동을 반성하게 되는 나 조차도, 아이들에게 또 그 부모에게 잘못을 따지는 것에 급급했지만 '욕전쟁'은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 보단 우리 어른들을 되돌아 보게 끔 하는 책이다.


수업중 시간이 어중간할때는 되도록이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 동화책도 즐겨보게 되고 읽는것도 재미가 있다.
우리 유치원 2층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정말 재미난 책들이 참 많다.(?)
내가 읽어도 흥미진진하고 재밌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아무튼, 초등학생들이 읽는 책을 한권 집어 들었는데 은근히 재밌고 손을 땔수가 없어 금방 다 읽어 버렸다.
책이름도 눈에 확! 들어오는 '욕 전쟁'
어느 초등학교 5학년 4반 아이들의 이야기 이다.
송충이 눈썹의 무서운 담임쌤이 아이들의 피구 시합을 보고 기겁을 하게 되는데, 공이 오가야 하는 곳에 참아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욕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되면서 그려지는 이야기이다.
처음은 선생님의 일방적인 전쟁 선포로 반항도 하고 온갖 잔머리를 굴리는 아이들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이들 스스로 의논을 하면서 '욕'의 근절을 뿌리 뽑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게 된다.
'개'자가 빠지면 벙어리가 되는 아이에게 진짜 강아지를 키우게 하면서 욕하는 버릇을 고치는가 하면, 온갖 욕설이 난무하던 피구시합에서 5학년 4반 아이들이 욕을 참는 모습을 관찰 할 수 있다.

언젠가 아이들끼리 쓰는 '욕', '은어'를 모아 놓은 청소년 은어사전이라는 앱을 본적이 있다.
욕은 아이들의 생활에 일부분이 되었고 심지어는 자기들만의 은어를 만들었다.
아이들과 대화가 통하려면 이 은어 사전을 필독해야 할 것 같다는 웃지못할 생각도 들었다.
이책의 한 장면에서도 나오듯이, 어른들은 욕을 쓰면서 아이들에겐 욕 쓰지 말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안되, 쓰지마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이들이 '욕'을 입에 달고 살게 된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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