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마지막 책장을 넘길때까지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울어본적이 언제였던지...
능소화는 4백년 전 부친 편지라는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제 안동에서 발견된 한남자의 미라와 미투리(머리카락으로 삼은 짚신) 그리고 한통의 편지 내용을 바탕으로 짜여진 소설이다.
젊은나이에 먼저 요절한 남편을 사무치게 그리워 하며 적은 아내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편지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남편을 잃고 자식마저 앞세워 여인으로서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여늬를 보면서 그 심정이 어떨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눈에서 눈물이 쉴세없이 흐른다.

바람이 불어 봄꽃이 피고 진 다음, 다른 꽃들이 더 이상 피지 않을 때 능소화는 붉고 큰 꽃망울을 터뜨려 당신을 기다릴 것 입니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 산짐승과 들짐승들이 당신 눈을 가리더라도 금방 눈에 띌 큰 꽃을 피울 것입니다.
꽃 귀한 여름날 그 크고 붉은 꽃을 보시거든 저인 줄 알고 달려와주세요.
저는 붉고 큰 꽃이 되어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처음 당신이 우리 집 담 너머에 핀 소화를 보고 저를 알아보셨듯, 이제 제 무덤에 핀 능소화를 보고 저인 줄 알아주세요.
우리는 만났고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예전엔 운명이니 사주팔자를 믿지 않았다.
점점 바뀌는 생각이 사람마다 타고난 복과 사주팔자라는 것이 있긴 있는 것 같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고 떠날 사람은 떠나게 되며 세상 일들이 다 내마음처럼 되지 않기도한다.
꼭 능소화를 읽으면서가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사랑과 운명의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되짚어봤다.
집착을 사랑이라 여기며 살았던 시간들, 기대와 바램들로 인해 실망감을 맛봐야 했던, 인연이 아님을 알면서도 끈을 놓지 못했던 날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해 스스로 힘들게 만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
우리는 만났고 헤어지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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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편

몇해전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책
감사하단 말과함께 책장속에 몇해를 묵혀두었던 책이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책장에 있던 이 책을 집어든 하루종일 책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단숨에 책한권을 읽어나갔다.

서른즈음에..
사회통상적으로 결혼도 해야 할 나이이고 책임감을 갖고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이룬것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맴도는 요즘..
한 중년의 부부가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고 듣고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서로 좋아하는 일을 같이하면서 같이 늙어가는 것도 복받은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때로는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목소리내어 한줄 한줄 읽어나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부럽기도 했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 했던 이유였다.

책 읽어주는 남편이 이야기 해주는 여러가지 책, 조두진의 능소화나 마지막 강의 같은 책들은 나중에 꼭 한번 읽어볼 생각으로 따로 적어두었다.
그리고 도서관을 지어 책을 기부하는 룸투리드와 같은 세상에는 너무나 멋진일들이 가득하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바람이 불어 봄꽃이 피고 진 다음, 다른 꽃들이 더 이상 피지 않을 때 능소화는 붉고 큰 꽃망울을 터뜨려 당신을 기다릴 것 입니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 산짐승과 들짐승들이 당신 눈을 가리더라도 금방 눈에 띌 큰 꽃을 피울 것입니다.
꽃 귀한 여름날 그 크고 붉은 꽃을 보시거든 저인 줄 알고 달려와주세요.
저는 붉고 큰 꽃이 되어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처음 당신이 우리 집 담 너머에 핀 소화를 보고 저를 알아보셨듯, 이제 제 무덤에 핀 능소화를 보고 저인 줄 알아주세요.
우리는 만났고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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