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이 갓 되었을때, 나는 빨리 나이를 먹어 30살이 되고 싶었다.
30살이 된 나는 모든게 다 안정되어 있을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 아마 세월이 빨리 가는 약이 있었다면 나는 분명 그 약을 마셨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몇달 뒤면 30살을 앞둔 지금은 나이가 많아 지는 일이 예전에 내가 생각 했던것 보다 유쾌하거나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이를 먹는 다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은 조금 바뀌게 되었다.
그때의 내가 나이가 많아지는 것에 대한 무한한 동경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책임감을 지고 어깨가 무거워 지는 일이 되버린 것 같다.

9년이 지난 지금도 불확실한 미래와 여러가지 변화들로 불안정하긴 마찬가지다.

또 한해가 다가왔다.

한살을 더 먹었다.
"우리 나이 또래면 몇천은 모았어야 하는거 아냐?"
"여자는 30살 전에 결혼해야지"
"아무래도 전문직이 낫지. 결혼하고도 일할수 있고..."
사람들은 지금보다 좀 더 안정되고 기반을 닦고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젊다는게 한 미천으로 도전을 통해 경험을 얻어내는 일이란 '철'없는 어른이 되고 마는게 현실이다.
9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마냥 철부지이고 싶지만 세상은 그런 날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슴뛰는 일이 없어졌다.
늘 어딘가에 미쳐있던 내가 좋았다. 뜨거웠고, 열정적이었던...
지금의 나는 빈 껍데기일뿐...사람들 앞에선 웃고 떠들고 하지만 나는 지금 행복할까?
안정적? 결혼? 난 글쎄...
너희들 말대로 내가 틀린걸까?

나는 다른거야.

사실은 나역시 막연한 미래에 대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길을 걷다 갈림길이 나왔을때 모든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갈때 나만 왼쪽으로 가는 느낌?
매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여질 때 내 선택에 정말 후회가 없는지 생각에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 오지도 않는 미래에 대해 걱정만 하고 있으면 뭣하겠는가?
그런 모습이 과연 나다운 모습일까?
더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자.
그리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귀울이자.

설정

트랙백

댓글